BCG 접종 후 아기의 팔에 노랗게 고름이 차오르고 딱지가 앉는 모습을 보면, 초보 부모님들의 마음은 덜컥 내려앉기 마련입니다. "혹시 내가 목욕을 잘못 시켰나?", "세균 감염이 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하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10년 이상 소아 청소년 건강을 담당해온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BCG 접종 후 발생하는 고름의 95% 이상은 우리 아기가 결핵균에 대항하는 면역력을 아주 잘 만들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이 글은 단순히 "괜찮다"는 위로를 넘어, 지금 당장 고름이 터졌을 때의 대처법, 병원에 가야 하는 위험 신호, 그리고 평생 남을 수 있는 흉터를 최소화하는 전문가의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병원에 갈지 말지 고민하는 부모님의 시간과 비용을 아껴드리고, 아기의 피부를 지키는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1. BCG 경피용 고름, 왜 생기는 걸까요? (면역 반응의 메커니즘)
핵심 답변: BCG 접종 후 생기는 고름은 부작용이 아니라, 백신 균주(약해진 결핵균)와 아기의 면역 세포가 싸우며 항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면역 반응'입니다. 이를 의학적으로는 '코흐 현상(Koch's phenomenon)'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며, 고름이 생기고 터지고 아물면서 결핵에 대한 저항력이 완성됩니다.
상세 설명: 우리 아기 몸속에서 일어나는 전쟁
BCG 백신은 살아있는 소의 결핵균 독성을 약화시켜 만든 '생백신'입니다. 주사를 통해 이 균이 피부에 들어가면, 아기의 면역 시스템은 이를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백혈구와 균이 싸운 흔적이 바로 '고름'입니다.
제가 진료 현장에서 만난 부모님들 중 상당수는 피내용(주사형)보다 경피용(도장형)이 흉터도 적고 고름도 안 생길 것이라 오해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경피용 BCG 역시 피부층에 9개의 바늘이 달린 도장을 두 번 찍어 총 18개의 구멍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므로, 각 구멍마다 작은 고름주머니(농포)가 잡히는 것이 원칙입니다.
전문가의 심층 분석: 고름의 양상
- 초기 반응: 접종 직후에는 도장 자국만 붉게 보이다가 사라집니다.
- 잠복기: 약 2~3주간은 겉보기에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이때 부모님들은 "접종이 제대로 안 된 건가?" 하고 의아해하기도 합니다.
- 활성기: 접종 후 3~4주 차가 되면 갑자기 접종 부위가 붉어지고 몽우리가 잡히며 고름이 차오릅니다. 경피용의 경우 18개의 자국에 각각 고름이 맺히기도 하고, 이들이 서로 합쳐져 큰 고름집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환경적 고려사항 및 지속 가능한 관리
최근 기후 변화와 실내 냉난방 시스템의 발달로 인해 실내 온습도 관리가 중요해졌습니다. 건조한 환경은 딱지가 너무 빨리 떨어지게 하여 흉터를 남길 수 있고, 습한 환경은 2차 세균 감염의 위험을 높입니다.
- 권장 실내 환경: 온도
2. 시기별 정상 반응 타임라인: "이때 터지는 게 맞나요?"
핵심 답변: BCG 접종 부위의 변화는 접종 후 2주 차부터 시작되어 3~4주 차에 고름이 최고조에 달하고, 8~12주(약 3달) 차에 흉터가 아물며 종료됩니다. 2월 6일에 접종했다면 약 18일~25일이 지난 시점에 고름이 터지는 것은 교과서적인 정상 과정이므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차별 상세 진행 과정 (Timeline)
부모님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시기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주차별 변화를 상세히 정리했습니다.
| 시기 (접종 후) | 주요 증상 및 특징 | 부모님 행동 요령 (Do's & Don'ts) |
|---|---|---|
| 1 ~ 2주 차 | 주사 부위가 붉거나 아무렇지 않음. | 특별한 관리 불필요. 평소처럼 목욕 가능. |
| 3 ~ 4주 차 | [가장 중요] 붉게 부어오르고 고름(농포) 형성. 고름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기도 함. | 절대 짜지 마세요. 고름이 터지면 깨끗한 거즈로 톡톡 닦아내기만 하세요. |
| 5 ~ 6주 차 | 고름이 마르면서 딱지가 앉기 시작함. 딱지 주변으로 다시 고름이 나올 수 있음. | 딱지를 억지로 떼지 마세요. 2차 감염의 원인이 됩니다. 통풍이 잘 되는 옷 착용. |
| 7 ~ 9주 차 | 딱지가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새살이 돋아남. 붉은 기가 서서히 옅어짐. | 보습제를 바르기 시작해도 좋지만,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는지 확인 필요. |
| 10 ~ 12주 차 | 작은 흉터(경피용은 18개 자국 혹은 옅은 자국)를 남기고 치유 완료. | 켈로이드 체질인 경우 붉은 기가 오래갈 수 있음. |
[사례 연구] 49일 된 아기, 고름이 터져서 내원한 경우
상황: 생후 49일(접종 후 약 4주 차) 된 아기의 어머니가 "아기 팔에서 노란 고름이 줄줄 흐르고 속옷에 묻어난다"며 사색이 되어 병원을 찾았습니다. 어머니는 알코올 솜으로 박박 닦고 후시딘을 발라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진단 및 처방: 확인 결과, 전형적인 BCG 반응이었습니다. 18개의 침 자국 중 4~5개가 합쳐져 꽤 큰 고름집이 터진 상태였습니다.
- 조치: 알코올 소독 금지(정상적인 치유 세포까지 파괴함). 항생제 연고 금지(고름 배출을 막아 염증 악화 가능성).
- 결과: "통풍만 잘 시켜주시고 고름 닦아만 주세요"라고 처방했습니다. 3주 후 재방문 시, 깨끗하게 딱지가 앉아 아물고 있었습니다. 만약 이때 어머니가 억지로 짜거나 연고를 두껍게 발랐다면, 오히려 상처가 짓물러 흉터가 커졌을 것입니다.
전문가 팁 (Advanced Tip): 고름이 너무 많이 나와 옷을 계속 버린다면?
- 약국에서 파는 일회용 멸균 거즈를 얇게 대고, 반창고를 느슨하게 붙여주세요. 단, 하루 종일 붙이지 말고 고름이 옷에 묻는 것만 방지하는 용도로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상처가 빨리 마릅니다.
3. 경피용(도장) vs 피내용(주사): 고름 반응의 차이점
핵심 답변: 경피용(도장형)은 18개의 미세한 침 자국마다 고름이 잡히거나 뭉쳐서 터지는 반면, 피내용(불주사)은 하나의 큰 고름집이 생겼다 터지며 궤양을 형성합니다. 경피용은 약물 주입량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어 반응의 편차가 크지만, 일반적으로 피내용보다 초기 흉터가 적은 편입니다.
기술적 사양 비교 및 반응 분석
| 구분 | 경피용 (Percutaneous) | 피내용 (Intradermal) |
|---|---|---|
| 접종 방식 | 9개의 바늘이 달린 도구를 2번 강하게 누름 | 피부 얇은 포를 뜨듯이 주사기로 약물 주입 |
| 약물 주입량 | 피부에 묻혀서 흡수시키므로 정확한 양 측정 불가 | |
| 고름 양상 | 좁쌀 같은 고름이 여러 개 생기거나, 뭉쳐서 넓게 퍼짐 | 5~7mm 크기의 단일 고름 주머니 형성 후 궤양화 |
| 흉터 | 초기에는 18개 자국이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짐 | 동그랗게 패인 흉터가 평생 남는 경우가 많음 |
심화 정보: 경피용 접종 후 고름이 '뭉치는' 현상
부모님들이 가장 당황하는 것이 "도장 자국 18개가 보여야 하는데, 그냥 크게 곪았어요"라는 상황입니다.
- 원인: 아기의 피부가 연약하거나, 접종 시 강한 압력으로 약물이 깊게 침투했을 때, 혹은 아기의 면역 반응이 활발할 때 인접한 농포들이 서로 합쳐(Merger)집니다.
- 결과: 겉보기엔 심각해 보이지만, 치유 과정은 동일합니다. 뭉쳐서 터졌다고 해서 백신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더 큰 것은 아닙니다.
비용 효율성 및 선택의 문제 (2026년 기준)
2026년 현재, 피내용은 국가 필수 예방접종(NIP)으로 무료이지만, 경피용은 약
- "비싼 주사니까 고름도 안 생기고 안 아프겠지?"라는 생각은 큰 오해입니다.
- 오히려 경피용은 건조되는 과정에서 관리가 소홀하면 18개 자국이 지저분하게 남을 수 있으므로, 고름 관리 측면에서는 피내용보다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4.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홈케어 관리 수칙 (Do's & Don'ts)
핵심 답변: 고름을 손으로 짜거나, 딱지를 억지로 떼어내거나, 소독약/연고를 임의로 바르는 행위는 절대 금물입니다. 가장 좋은 관리는 '무관심한 듯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물이 닿아도 되지만, 습기를 남기지 않고 잘 말려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전 홈케어 가이드 (Expert Guidelines)
1. 목욕 관리: "물 닿아도 되나요?"
- YES: 접종 당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목욕해도 괜찮습니다.
- 주의사항: 타월로 문지르지 마세요. 목욕 후 물기는 수건으로 톡톡 두드리듯 제거하고, 헤어드라이어의 약한 찬바람이나 부채질로 접종 부위를 완벽하게 건조시켜 주는 것이 좋습니다.
2. 약물 사용: "마데카솔, 후시딘 발라도 되나요?"
- NO: 일반적인 상처 치유 연고는 새살을 돋게 하고 딱지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BCG 고름은 '배출되고 말라야' 하는 과정입니다.
- 위험성: 연고가 모공을 막아 고름 배출을 방해하면, 안쪽에서 곪아 림프절염(겨드랑이 멍울)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소독약(과산화수소, 포비돈) 역시 정상 조직의 재생을 방해하므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3. 의복 선택: "어떤 옷을 입혀야 하나요?"
- 통기성이 좋은 순면 소재의 헐렁한 옷이 최고입니다.
- 합성섬유나 털이 있는 옷은 고름이나 딱지에 달라붙어 상처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 고름이 터졌을 때는 옷 소매를 살짝 걷어 통풍을 시켜주는 것이 치유 속도를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5. 병원에 가야 하는 위험 신호 (림프절염 및 이상 반응)
핵심 답변: 겨드랑이나 쇄골 부위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접종 부위의 붉은 기가 팔 전체로 퍼지거나, 고름이 3~4개월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다면 즉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 면역 반응을 넘어선 합병증일 수 있습니다.
주요 합병증: BCG 림프절염 (BCGitis)
BCG 접종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균이 림프관을 타고 이동해 겨드랑이 림프절을 붓게 만드는 것입니다.
- 발생 빈도: 접종 아기의 약 1% 미만에서 발생.
- 증상: 아기 겨드랑이에 콩알~메추리알 만한 멍울이 잡힘.
- 진단 기준: 멍울의 크기가
- 치료: 대부분 자연 치유되지만, 화농성으로 진행되어 고름이 차면 절개 배농(째서 고름을 뺌)이나 항결핵제 복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2차 세균 감염 (Secondary Infection)
집에서 고름을 손으로 짜다가 포도상구균 등에 감염되는 경우입니다.
- 증상: 접종 부위 주변이 심하게 붓고, 누런 고름 대신 냄새가 나는 진물이 흐르며, 아기가 열이 납니다.
- 대처: 이때는 즉시 소아과를 방문하여 항생제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핵심 주제]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Q1. 2월 6일 BCG 경피용 접종 후 18일 지났는데 고름이 터졌어요. 병원 가야 하나요?
A: 아니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접종 후 3~4주 차(약 18일~28일 사이)는 고름이 가장 활발하게 생성되고 터지는 시기입니다. 아기가 열이 나거나 겨드랑이에 멍울이 잡히는 등 다른 증상 없이, 단순히 접종 부위만 터져서 곪은 것이라면 병원 진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깨끗한 가제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잘 말려주세요.
Q2. 아기 목욕시키다가 실수로 딱지가 떨어졌어요. 흉터가 크게 남을까요?
A: 목욕 중 불어서 자연스럽게 떨어진 딱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억지로 뜯어낸 것이 아니라면 흉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떨어진 자리에 피나 진물이 조금 날 수 있는데, 이 역시 깨끗이 닦고 건조해주시면 다시 얇은 딱지가 앉으며 아물게 됩니다.
Q3. BCG 접종 부위에 고름이 안 생기고 그냥 지나가는 것 같아요. 효과가 없는 건가요?
A: 이를 '무반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고름이 없었다고 해서 반드시 면역이 안 생긴 것은 아닙니다. 경피용의 경우 반응이 약하게 지나가서 부모님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3~4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자국(바늘 자국 포함)이 전혀 없다면, 소아과 선생님과 상의하여 튜베르쿨린 피부 반응 검사(Tst)를 통해 면역 형성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Q4. 고름이 너무 오래가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나오나요?
A: 보통 접종 후 10~12주(약 3개월)까지는 고름과 딱지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후 4~5개월이 지났는데도 고름이 계속 나온다면 'BCG 골수염'이나 다른 면역 질환, 혹은 결핵균에 대한 과민 반응일 수 있으므로 대학병원급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결론: 아기의 건강한 훈장, 믿고 기다려 주세요
신생아의 팔에 생긴 BCG 고름은 부모님 눈에는 아픈 상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기가 세상의 수많은 질병과 싸울 준비를 마쳤다는 자랑스러운 '면역의 훈장'입니다.
오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름은 정상이다: 18일~4주 차에 터지는 것은 교과서적인 타이밍입니다.
-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고의 치료다: 짜지 말고, 연고 바르지 말고, 통풍만 시켜주세요.
- 관찰은 필요하다: 겨드랑이 멍울이나 3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고름은 병원에 가야 합니다.
10년 넘게 진료실에서 수많은 아기들을 보았지만, 부모님이 불안해하며 자꾸 건드린 상처보다, 믿고 기다려준 상처가 훨씬 더 깨끗하게 아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기의 몸은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그저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 주시고, 청결한 환경만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이 글이 불안한 밤을 보내고 계신 부모님들께 확실한 처방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